춥다. 몸을 으스스 떤다. 사나운 겨울바람이 창틈을 타고 새어 들어온다. 하얀 입김이 눈앞을 흐린다. 하늘도 나무도 춥다고 하얗게 변해버리는 계절, 12월. 눈송이가 몽글몽글 맺힌다.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펴 본다. 머리칼을 비집고 드러나는 부드러운 속살을 긁고는 주위를 한번 쓱 흩어본다. 하얀 타일 벽이 눈부시다.

아무도 없어.

    팔을 할퀴어 지나가는 바람과 방안을 채우는 들려오는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방안에서 존재한다. 회색 하늘에 햇빛 한 줄 비치지 않는 것이 적막하기 그지없다.

얼어붙는 온도 때문인지 숨을 점점 몰아쉬게 된다. 손이 저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또다. 어제 신호 버튼을 가리키며 문제가 있으면 불러달라며 빙긋 웃었던 간호사의 얼굴이 생각난다. 규칙적이었던 폐가 숨을 고르며 들어오는 공기가 답답하다. 핏줄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싸해진다.


    재미있는 사실:

    난 이제 곧 죽는다.


머리를 짚는다. 어제 알아냈던 사실을 되짚어 본다. 이야, 좋은 뉴스 하나 얻었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지금 내 이 기분. 죽기 전 겪어본다는 그 림보라는 걸까. 그래, 죽는다, 나. 죽어, 죽어. 이제 좀 있으면 죽는 거야. 뭐가 필요해. 여긴 림보야. 애써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데. 이런 집, 이런 침대, 이런 옷, 다 필요 없다. 침대에서 굳은 허리를 돌려 이불을 떨어낸다. 으드득.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증상은 빨리도 온다더니. 움직이지 말 걸 그랬나. 아까는 필요 없다면서 던져냈던 이불에 다시 저의 몸을 묻는 것이 보기 민망하다. 바깥에 몸을 내던지고 싶다는 충동이 머리를 채운다. 나뭇가지들이 하나같이 흔들거리는 게 꼭 목숨을 위태롭게 이어가는 저의 모습과 흡사하다. 싫다, 이런 거. 좋다.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어느샌가 판단력도 죽어갔구나.

손가락으로 팔을 흩고 지나가 피를 뽑아내는 링거를 쥐어뜯는다. 흠집 하나 없었던 하얀 타일 바닥에 붉은 액체가 튄다. 아프다. 신음을 토해냈다. 근데 이게 뭐. 또다시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몇 분 후에 사라질 건데.

부서진 허리와 두통이 오는 몸을 끌고서 창문 앞에 선다. 창문 하나 무지하게 크네. 반들반들하게 닦여있는 손잡이가 꼭 저를 잡으라는 듯 보인다. 말대로 손을 얹는다. 엄지손가락에 힘을 줘 네모난 쇳덩이를 위로 틀어 올린다. 달칵. 안 그래도 추웠던 방안에 바람이 박차고 들어와선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오른발을 들어 따가운 창틀에 발가락을 올리곤 그대로 걸터앉아 하체를 밖으로 내던진다. 발이 시리다. 얼른 가야지,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빨리 이 고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지탱하던 손뼉에 힘을 풀어버린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12월. 이쪽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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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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