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춘기에 접어들자,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떠주는 따뜻한 밥 대신에 술과 담배에 입을 댔다.
세상 물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돈을 모아 사회에서 권하는 교과서 대신에 총기를 들었다.
열일곱 해가 지나고 그는 처음으로 학교에 나갔다.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을 사귀어보는 풋풋한 첫 학기에 그의 엄마는 어땠느냐고 물었다. 옷을 싸고 집을 나갔다. 학교란 곳에서 배운 것은 지식 아닌 호기심. 친구의 권한으로 그는 가장 아끼는 옷과 마약을 챙기고는 인생 첫 슬럼가에 발을 들였다.
"와! 형씨 몸 꽤 되는데? 처음 온 거라더니, 이미 익숙해졌잖아!"
이미 소문은 퍼졌는지 주위에선 비열한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온다. 킬킬거리며 짜증 나는 말투로 입을 지껄여 댄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살가죽도 아주 잘 탔어~ 어때, 손목 하나씩 걸자. 나랑 붙어볼래? 한방. 주머니에서 피스톨을 꺼내 대가리에 박아놓자 남자는 기겁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살려달라며 양손 두 발 다 올리고는 울어대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더럽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몰랐지, 아템은 그렇게 질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어린 기대로 캐리어 핸들을 꾹 쥐고서는 작은 조명등이 반짝이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짙게 내려앉은 공기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마음에 든다. 빗물이 고인 터널길을 걸으며 나는 저의 구두 굽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아템은 걸음을 멈췄다. 이야- 살벌한데? 곧 있으면 내 자리도 뺏기겠어. 사실 나, 이 구역 리더거든. 자신을 이곳까지 안내해준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어온다. 두목이라는 새끼가 손을 모으며 빌빌거리는 모습이 역겹기 그지없다. 아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도 한방 아닐까.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다.
입에 물린 잿더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붉은 액체가 썩어 지저분한 흑갈색으로 변했다.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아템은 발을 들어 다 닳은 구두굽으로 남자의 머리를 짓눌렀다. 너도 마음에 안 들어. 그는 머리를 들이민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낯선 친근함을 느꼈다. 답답했던 가슴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공기 속과 잔잔히 흘러들어오는 재즈 뮤직이 저 썩어먹은 사회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이 매우 좋았다.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놈을 감사하기는 했지만, 쓸모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필요 없는 애새끼는 얼른 사라져야지. 아템은 타버리다 만 꽁초를 널브러진 남자의 옷깃에 집어넣었다. 잘 타라. 네가 썩는 냄새가 내 거리에서 퍼지는 건 싫거든. 이곳이 본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아템은 생각했다. 여기는 이제 내 거야.
2.
아템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시끄러운 구두 소리 때문이었다. 눈을 잠시 굴리고 소리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곧이어 또각거림이 멈추고 반짝이는 은색 장신구가 눈을 부셨다. 높은 힐의 검은 부츠가 보였다. 아템은 그것을 신은 매끈한 다리를 타고 올라가 구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저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웃음을 띄고 있었다. 특이한 자주색 빛이 눈길을 끌었다. 몸은 좋은데, 아템이 생각했다. 잘록한 허리를 이어 허벅지를 그려내는 실루엣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너구나. 125가의 신입이."
여자의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섹스 잘하게 생겼네. 아템이 여자의 몸을 훑으며 말했다. 뭘 좀 아네. 마음에 드는 대꾸였다.
왜, 궁금해? 여자가 제 입술을 핥아 보였다. 아템은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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