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부 카이바 x 악마 아템 au

예전에 검은 사제들 나오고 쓴 것.



    달칵. 전등 스위치를 누르고 어두웠던 방의 불을 밝힌다. 피곤하다. 책상 앞으로 걸음을 옮겨 널브러진 몸을 의자에 안착시킨다.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쉰다. 들어오는 공기가 답답하다. 얼어붙은 공기가 신경을 타고 온몸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방의 온도가 날씨와 걸맞지 않게 차갑다. 7월인데, 창밖을 내다본다. 마당의 나무에 앉아 울기만 하던 벌레는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무엇이지.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분위기에 의문을 품기는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피곤한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을 더 밀어 넣을 이유는 없었다. 카이바는 두 손을 모아 머리를 헤집고는 고개를 묻는다. 그래, 아닐 것이다. 어제의 일로 충분히 고통받았어. 더는 내게 시험이 오지는 않을 거다. 신부는 자신의 팔꿈치 밑에 어질러져 있던 자료와 노트들을 옆으로 밀어두고는 성경책을 집는다. 제게 평안을.


카이바는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남는 모든 시간에 성경을 읽고, 기도문을 외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당신의 어린양을 그대의 검으로 지켜 주시옵소서.

그는 그렇게 빌었다.


"우리가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쨍그랑-


    안타깝게도 생각은 실현되기도 전에 무산되었지만.

그는 기도문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바닥 위에는 유리 머그잔이 조각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 신부는 잠시 의아해했지만, 금세 눈을 돌렸다. 아무 일도 아니다. 저것 때문에 기도를 멈출 수는 없어. 그는 애써 생각했다.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인도하사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툭. 으드득. 신부는 잠시 입술을 멈추고 눈을 떴다. 조금 전까지 펴져 있던 성경은 덮어져 있었고, 손을 싸고 있던 묵주는 뜯어져 유리책상 위로 구르고 있었다.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어느새 뺨으로 눈물이 구르고 있었다. 이제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주님, 오 주님. 어째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오면서 다시 답답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식은땀이 흘렀다. 카이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허겁지겁 의자 위로 올라가 빠르게 성경을 펴 미카엘의 기도문을 읊어내기 시작했다. 다니엘서 10장 21절,


"오직 내가 먼저 진리의 글에 기록된 것으로 네게 보이리라 나를 도와서 그들을 대항할 자는 너희의 군주 미가엘 뿐이니라....."


어느새 어두워진 마당에서는 다시 벌레떼의 울음소리 같은 것들이 가득했고, 이어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찔러댔다. 신부는 온몸이 기분 나쁜 압력으로 눌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이바는 자신의 하느님께 소리쳤다. 오, 주님! 나의 구세주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었나이까! 그는 오늘 새벽,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을 적 지금과 같은 의식을 치르고 오는 길이었다. 혼이 불타고 온몸에 독사가 이를 박는 느낌이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을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지금은 그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머릿속으로부터 내려오는 기도를 뱉고 있을 뿐이다.


"하느님, 나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 오사 나를 도우소서. 성 미카엘 대천사님,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오 하느님, 겸손되이 하느님께 청하오니 그를..."


전등이 깜빡거리고 불이 꺼졌다. 방 안이 새까매지고 살기가 우는 신부를 감쌌지만 카이바는 기도문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악령들을 지옥으로 쫓아버리소서, 아멘!"


다시금 이상한 소리가 집안을 쓸었다. 주문 같던 기도가 끝나자 카이바는 잽싸게 문 손잡이를 틀어 소음이 나는 곳을 쫓았다. 복도를 틀고 몇 번 문을 더 열었다. 거실이었다. 차가운 카타일 바닥에 발을 딛자 소름 끼치는 바람이 몸을 쓸었다. 살점이 뜯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순간 머리가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상은 좋지 않았다. 틀린 것이 아니었어. 주님, 어째서 저에게.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블라인드는 맹수가 할퀸 듯 하나같이 전부 찢어발겨져 있었고, 창문과 현관문은 소름 끼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사탄이 나를 쫓아 집까지 따라왔구나. 눈을 감고는 생각했다. 끝에 다다랐다. 주님, 저는 최선을 다하여 당신의 어린양들을 지켰습니다.

하늘나라로 가는 그 순간까지도 저를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성호를 긋고는 마지막 말들을 뱉어냈다. 느리게 열리는 입술 사이에선 힘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곧이어 어깨너머로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나고, 신부가 고개를 돌렸다. 탁한 공기가 검붉게 물들고 있었다. 허공에서 무언가가 작게 반짝였다.

카이바는 오한을 느꼈다. 그의 눈앞에는 헐벗은 남성이 앉아 있었다. 숨이 몸속으로부터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눈앞의 기괴한 생물체는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그것의 진홍빛 눈동자는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 시커먼 손과 발은 광석처럼 빛이 났고, 등에는 징그러운 윤기가 흐르는 잿빛 같은 날개를 지고 있었다. 마치 눈을 멀게 하는듯한 색이었다.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다. 그것이 뿜어내는 숨 막히는 오오라가 목을 조여왔다. 마른침을 삼켰다.

남자는 얼굴에 불길한 미소를 그려냈다.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께 있사옵나이다. 아멘. 어떤가, 잘 하지 않았나?"


비꼬는 듯한 기분 나쁜 말투였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신부가 다시 물었다. 어느새 저의 등 뒤로 가까이 붙은 남자가 새까만 몸뚱아리를 꼬며 신부의 얼굴을 쓸었다. 붉은 눈동자가 휘어진 눈 사이로 작게 빛났다.


"아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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